국립세계문자박물관, 제4회 국제콜로키움 〈번역, 이주하는 텍스트〉
국립세계문자박물관(관장 김명인)은 지난 10월 8일 박물관 강당에서
제4회 국제콜로키움 <번역, 이주하는 텍스트(Translation: Texts in Transit)> 를 개최했다.
박물관은 세계 문자와 문자문화를 주제로 매년 국제학술행사를 열어 왔다.
올해는 연구 발표 중심의 기존 학술대회 형식을 바꿔,
작가와 번역가가 직접 무대에 올라 청중과 마주하는 대담 형식으로 진행했다.
문자로 기록된 하나의 텍스트가 번역을 거쳐 다른 언어와 문화권의 독자에게 닿기까지의 과정을,
쓰는 사람과 옮기는 사람의 목소리로 함께 짚어 보자는 취지다.
이날 행사에는 연구자와 시민 등 170여 명이 참석했다.
콜로키움은 총 2부로 나뉘어,
작가와 번역가가 차례로 문학과 번역에 관한 대담을 펼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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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부 〈세계문학으로서의 황석영 문학- 몰락해가는 세계를 향한 노작가의 발신의 기록〉에서는
황석영 작가와 문학평론가 김명인 관장이 대담을 나눴다.
두 사람은 1971년 「객지」에서 출발해 「삼포 가는 길」, 『무기의 그늘』,
『오래된 정원』 , 『심청』, 『손님』을 거쳐
최근작『할매』에 이르는 작가의 문학적 여정을 따라가며
한국 소설 50년의 흐름을 되짚었다.
대담은 한강의 노벨문학상 수상이 지니는 의미로 이어지며,
오늘의 한국문학이 세계의 독자와 만나기까지 쌓아 온 역사적 맥락을 조명했다.
황석영 작가는 앞 세대가 시대와 싸우는 데 몰두했다면,
한강의 문학은 국가 폭력에 상처 입은 이들을 치유했다며 한강을 한국 문단의 '안티고네'에 빗댔다.
최근작 『할매』에 대해서는 우리 무속의 '해원상생' 정신을 바탕으로 기억과 화해의 서사를 담았다고 소개하며,
자신의 문학 세계를 '민담 리얼리즘'을 향해 가는 여정으로 설명했다.
대담 중 후속작『우렁각시』를 집필 중이라는 소식을 처음 공개해 청중의 관심을 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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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부 〈두 언어 사이의 번역가, 재창작의 과업〉에서는
번역가 데보라 스미스와 안톤 허가 최미경 교수(이화여자대학교 통번역대학원)의 진행으로 대담을 이어갔다.
데보라 스미스는 한강의 『채식주의자』를 영어로 옮겨 2016년 한국 작품 최초로 맨부커 인터내셔널상을 공동 수상했다.
안톤 허는 정보라의 『저주토끼』번역으로 2022년 인터내셔널 부커상 최종 후보에 올랐다.
두 번역가는 한국 고유의 정서와 호칭을 영어권 독자에게 전달하는 방법,
원문에 대한 충실성과 번역의 창의성 사이에서의 선택 등 번역 현장의 고민을 나눴다.
번역의 창의성을 두고는, 주체적인 번역은 본래 창의적이라는 데보라 스미스와
원문을 최대한 살리는 '보수적 번역가'를 자처한 안톤 허의 관점이 대비를 이뤘다.
번역이 원작의 그림자가 아니라 새로운 텍스트를 빚어내는 '재창작'의 과정이라는 점,
K-문학의 세계적 확산을 가능하게 한 구조와 앞으로의 과제에 대해서도 의견을 나눴다.
번역가에게 가장 중요한 자질로는 두 사람 모두 '문학에 대한 사랑'을 꼽았다.
K-문학의 세계적 확산을 위한 과제로 안톤 허는 국가 차원의 꾸준한 번역 지원을,
데보라 스미스는 고전·시·비문학으로의 번역 범위 확대를 제시했다.
각 부의 끝에는 청중과의 대화 시간이 마련되어,
현장의 질문에 작가와 번역가가 직접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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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국제콜로키움은 문자로 기록된 텍스트가 번역을 통해 언어와 문화의 경계를 넘어 이동하는 과정을,
작가와 번역가의 목소리로 직접 조명하기 위해 마련되었다.
국립세계문자박물관은 이날 대담 내용을 바탕으로 학술총서를 발간할 예정이다.
앞으로도 국제학술행사를 통해 세계 문자와 문자문화를 둘러싼 학술 교류를 넓혀 나갈 계획이다.
자료제공: 연구교육부